최근 들어 태양 표면상에서 흑점들이 아예 보이지 않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몇몇 포털사이트에서도 "태양 흑점 실종"이라는 식으로 보도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태양 하면 표면에 검은 흑점들이 몇 개 보이는 것은 항상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그림이기 때문에, 이처럼 표면상에 흑점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현상은 나름 이례적이라 볼 수 있고 그 때문에 이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지난 6월 23일부터 시작하여 약 보름 가까운 기간(13~14일 정도였음) 동안 흑점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데요. 이처럼 긴 시간 동안 흑점이 "실종"되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볼 생각으로, 저는 IDL을 사용하여 이 기간 동안의 태양 이미지 자료들을 모아서 동영상으로 만들고, 그 결과물을 유튜브에 올려봤습니다. (보실 때 HD 1080p 설정 잊지마시길)
이 동영상에서는 6월 23일부터 7월 3일까지 만 10일 정도의 기간을 커버하고 있는데, 제가 이 동영상을 만들었던 날에도 이 실종 현상이 계속 진행중이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이 기간 이후로도 며칠 더 진행되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오랫동안 흑점이 안보이는 현상이 신기하고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현상이 얼마나 이례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과거 흑점기록을 살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주 이례적인 것은 아니며 올 것이 왔다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는 근거는 과거 흑점기록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한 것입니다. 이러한 분석을 위해서 사용할만한 과거 흑점 기록 자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SIDC(Solar Influences Data Center)라고 하는 연구기관에서 운영중인 웹사이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Daily Total Sunspot Number라고 하는 항목에서 txt 파일 형태의 자료를 받으면 됩니다.
http://sidc.be/silso/datafiles
이 파일을 받으면 이름은 SN_d_tot_V2.0.txt라고 되어 있으며, 이 파일 내에는 1818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일별 흑점수 값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분석의 목표는 이 기록상에서 흑점수 값이 0인 경우들을 모두 찾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값이 0인 날들이 연속적인 경우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5일 연속 또는 10일 연속 흑점수가 0인 경우들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됩니다. 이러한 작업 역시 IDL에서 구현해본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수행하여 그 결과를 얻어 보았습니다. 오늘 이 게시물에서는 코딩 과정에 대한 언급은 생략하고, 결과만 보여드리겠습니다.
먼저 2000년도 이후로 5일 이상 연속으로 흑점수가 0이었던 경우들만 선별하여 찾아보았더니 그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이 그림에서 하단에 보이는 오렌지색 플롯은 위에서 언급한 txt 파일에 수록된 흑점수 값들을 그대로 나타낸 것이고, 상단의 파란색으로 된 세로줄 패턴들은 5일 이상 연속 흑점수가 0이었던 경우 및 해당 기간을 나타낸 것입니다.
5일 이상 흑점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도 그리 흔한 현상이 아닐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기록을 보면 상당히 자주 있었던 현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체적인 경향을 보면 흑점수가 적은 기간, 즉 태양 활동의 극소기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이러한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났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건 어떻게 보면 당연합니다. 극대기 또는 극소기를 얘기할 때 기준이 태양 흑점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5일 이상이나 연속으로 흑점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이렇게 태양 활동 극소기에 상당히 자주 나타났었다는 것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특히 2008~2009년 시기에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흑점이 나타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하여 기간을 2005~2011년으로 좁혀서 그려보면 그 모습은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5일 이상 연속 흑점수 0이라는 것도 별 일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 듭니다. 그래서 기준을 좀 강화해서 10일 이상 연속 흑점수가 0이었던 경우들로 다시 집계해본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당연히 5일 이상 연속인 경우들에 비해서는 줄어들지만 그래도 꽤 많은 경우들이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10일 이상 연속 흑점수 0이라는 현상도 과거 기록들을 보면 그리 이례적인 것만도 아닌 셈입니다. 그러면 이제 10일 이상 연속 흑점수 0인 경우들을 좀 더 오랜 기간에 걸쳐서 찾아본 결과를 봅시다. 다음 그림은 1980년부터 현재까지로 대상 기간을 좀 더 늘려서 얻은 결과입니다.
그리고 다음 그림은 1900년부터 현재까지로 기간을 확장한 결과입니다.
아예 자료 전체 기간인 1818년부터 현재까지로 기간을 잡아보면 그 결과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그래서 전체 기간에 대하여 얻은 결과를 보면 뭔가 패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좀 더 정량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얼핏 보면 10일 연속 흑점수 0인 경우의 횟수가 과거에 비해서는 최근 들어 더 잦아진 듯한 느낌이 살짝 듭니다. 즉, 태양활동 극소기의 강도가 과거에 비하여 더 강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이것은 추측일 뿐이지만, 최근 수십년 간의 태양활동 추이를 봐서는 그럴듯한 추측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며칠 연속까지 흑점수가 0이었는가에 대한 최고 기록도 한번 확인을 해봤는데, 기간에 따라서 집계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고 기록들은 나름 무시무시합니다. 5일, 10일 정도로는 명함도 못내밉니다.
2000년부터 현재 : 2009년 7월 31일부터 8월 31일까지 총 32일 연속
1980년부터 현재 : 1996년 9월 13일부터 10월 24일까지 총 42일 연속
1818년부터 현재 : 1913년 4월 8일부터 7월 8일까지 총 92일 연속
이와 같은 비교적 간단한 분석의 결과를 보면, "흑점 실종 현상"은 아주 이례적인 것도 아니며 앞으로 2~3년 동안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추측일 뿐이지만, 우주 환경 또는 우주 날씨 분야에서는 이러한 추측을 해보는 것 자체가 태양활동 장기 예보 측면에서 나름 해볼만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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